이민진의 『파친코』를 읽고: 한국의 역사와 이주, 희생에 대한 생각

필리핀에 사는 필리핀 여성인 나에게 관광객으로 한국을 여행하는 것은 일종의 사치처럼 느껴진다. 여행을 계획하는 설렘 뒤에는 비자를 신청하고 수많은 서류를 준비하며, 입국 허가를 받기 위해 경제적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현실이 있다. 이 과정 자체가 이동의 자유를 모든 사람이 똑같이 누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많은 사람에게 여행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여가의 문제가 아니다. 접근성, 특권, 그리고 국경을 넘을 수 있는 능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오는 사람에게 비용도 많이 드는 여행지다. 그럼에도 한국에 가기로 한 이유는 돈에는 저축을 넘어선 목적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돈은 의미 있는 경험과 성장, 추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내게 여행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다. 하나의 배움이다.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문화적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매우 현대적인 나라라는 사실에 놀랐다. 도시들은 빠르고 체계적이며 기술적으로 발전했지만, 음식과 언어, 사찰, 의복, 예절, 일상의 가치 속에는 여전히 전통이 살아 있었다. 한국은 미래적인 동시에 역사에 깊이 뿌리내린 듯했다. 이 대비는 한국의 발전과 정체성 뒤에 있는 이야기를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한국 여행 중 촬영한 사진과 파친코 독서의 기억

여행을 마친 뒤 한 친구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인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를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소설은 사흘 만에 다 읽었지만 서둘러 읽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각 세대와 희생, 등장인물의 고통을 받아들이기 위해 여러 번 멈추어 생각해야 했다. 이야기는 일제강점기부터 시작해 여러 세대에 걸친 한 한국인 가족을 따라간다. 그들의 삶을 통해 소설은 이주와 차별, 생존, 가족에 대한 충성, 정체성, 그리고 역사가 남긴 고통스러운 대가를 탐구한다.

가장 마음을 움직인 것은 선자의 이야기였다. 선자의 삶은 조용한 강인함을 보여준다. 언제나 크게 드러나거나 칭송받는 힘은 아니지만 고난과 수치, 가난, 불확실성 속에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다. 선자는 자신만을 위해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자녀와 그다음 세대를 위해 버틴다. 그의 희생은 전쟁과 식민지배, 이주로 흔들린 사회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자주 가족의 감정적·도덕적 무게를 짊어지는지를 보여준다.

파친코의 등장인물들은 각자 역사에 대응하는 서로 다른 방식을 보여주는 듯하다. 누군가는 동화되려고 하고, 누군가는 저항한다. 누군가는 수치심을 짊어지고, 누군가는 자신을 온전히 받아주지 않는 세상에서 존엄성을 찾는다. 이 소설은 식민지배가 국경과 정부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언어, 이름, 기회, 심지어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까지 바꾼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를 읽으며

한국을 다녀온 뒤 파친코를 읽으니 한국이라는 나라가 더 복합적으로 다가왔다. 이제 한국은 아름답고 현대적인 여행지만이 아니었다. 투쟁과 기억, 회복력, 역사적 상처가 빚어낸 장소가 되었다. 필리핀인인 나 역시 우리나라의 식민 역사를 돌아보게 되었다. 여러 세대의 필리핀인들도 가난과 이주, 희생, 더 나은 삶을 향한 열망을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내게 파친코는 단순히 한국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소속되고 살아남으며,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미래의 기회를 주기 위해 사람들이 무엇을 견뎌내는가에 관한 이야기다. 모든 현대국가의 뒤에는 생존을 가능하게 한 평범한 사람들의 수많은 알려지지 않은 희생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최종 업데이트: 2026년 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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